[이 땅의 한 국가유공자를 보내드리며, 안타까운 이야기 하나 남깁니다]
그날도 흐렸습니다.
장맛비가 오기 전,
지붕 수리를 손수 하시려던
여든이 훌쩍 넘은 한 노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습니다.
그분은 먼 옛날, 베트남 전장에서 조국의 부름에 응답했던 참전용사셨습니다.
대통령 표창과 메달, 참모총장상, 치안총감상까지
수많은 훈장을 가슴에 품고 살아오신 분이었습니다.
그러나 삶의 마지막은…
그 영예와는 너무도 다른 길이었습니다.
지붕에서 추락하신 뒤,
절체절명의 순간에 도착한 대학병원 응급실.
그곳에서 돌아온 말은 단 하나.
“전문의가 없습니다.”
그리하여 그분은
더 먼 지역의 병원으로 실려가던 중
이승의 숨을 다하셨습니다.
그는 조국을 위해 생명을 건 분이셨습니다.
하지만 생명을 다투는 그 마지막 순간,
국가는, 의료는, 그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.
오늘 우리는 그분의 이름을 말하지 않습니다.
하지만 그분의 삶은 말해야 합니다.
한 시대를 견디며
가족을 위해, 나라를 위해
끝까지 삶을 놓지 않으려 했던 한 아버지.
그의 이름 없는 이야기는,
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.
자녀들은 1남 4녀.
이웃들은 늘 말했습니다.
“참 고운 분들이야. 아버지를 참 잘 모시더라.”
그 가족의 곁에는, 늘 따뜻한 눈빛이 있었습니다.
그 마음 하나로 삶을 지탱해온 세월이었겠지요.
이제는 묻습니다.
국가유공자의 마지막이 이런 현실 속에 머물러도 되는가.
국가는 진정, 그 헌신을 기억하고 있는가.
이 글을 통해 한 사람의 마지막이 아닌,
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의 비극을 함께 돌아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.
그분의 평안을 기도하며,
이 땅의 모든 노병과 유가족에게
진심어린 예우가 함께하길 바랍니다.